AI는 틀린 게 아니라, 열린 쪽으로 도망간다
AI를 처음 사용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이 있다. 내가 대충 말해도 AI가 알아서 의도를 파악해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실제로 AI는 사람처럼 눈치껏 작업하지 않는다. AI는 프롬프트 안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향, 가장 익숙한 방향, 가장 만들기 쉬운 방향으로 결과를 만든다.
그래서 프롬프트가 조금만 열려 있어도 결과는 엉뚱한 곳으로 흘러간다.
예를 들어 설명 슬라이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해보자. 우리가 원한 것은 핵심 문구가 크게 보이고, 카드나 보드 위에 구조가 정리된 설명 화면이다.
그런데 프롬프트 안에 감정적인 분위기, 창가, 인물, 고독한 표정, 빈티지 펜화 같은 요소가 섞여 있으면 AI는 설명 슬라이드 대신 감성 일러스트를 만들기 쉽다.
원인은 하나다.
설명컷인데 프롬프트가 이미지컷처럼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AI가 멋대로 망친 게 아니다. 프롬프트가 AI에게 도망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무엇을 하지 말지도 중요하다
초보자는 보통 원하는 것만 적는다.
- 설명 슬라이드 만들어줘
- 깔끔하게 만들어줘
- 고급스럽게 만들어줘
- 분위기 있게 만들어줘
문제는 이런 말들이 너무 넓다는 것이다. AI는 이 애매한 단어를 자기 방식대로 해석한다.
설명컷이라면 이렇게 잠가야 한다.
- 인물 금지
- 얼굴 금지
- 감성 삽화 금지
- 창밖 보는 사람 금지
- 오직 종이 카드, 보드, 다이어그램 중심
- 한글 텍스트가 화면의 주인공
이렇게 해야 AI가 감성 일러스트로 도망가지 못한다.
컷의 목적이 다르면 프롬프트도 달라야 한다
영상 제작에서 모든 장면을 같은 프롬프트로 만들면 안 된다. 컷마다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지컷은 감정을 담당한다. 설명컷은 이해를 담당한다. 증거컷은 납득을 담당한다. 동영상컷은 움직임과 리듬을 담당한다.
즉, AI에게 먼저 알려줘야 하는 것은 스타일이 아니다. 가장 먼저 알려줘야 하는 것은 컷의 역할이다.
- 이 컷은 감정 이미지다
- 이 컷은 설명 슬라이드다
- 이 컷은 증거 구조다
- 이 컷은 영상화할 키프레임이다
역할을 먼저 고정해야 결과가 흔들리지 않는다.
설명컷은 그림이 아니라 설명 카드다
설명컷의 목적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시청자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 놓치지 않게 잡아주는 것이다.
설명컷은 다음 요소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 핵심 문구
- 짧은 키워드
- 화살표
- 비교 구조
- 카드
- 보드
- 체크리스트
- 다이어그램
반대로 설명컷에서 피해야 하는 것은 인물, 얼굴, 감성적인 창가, 흐릿한 풍경, 표정 연기, 복잡한 배경, 작은 글씨, 긴 문장이다.
설명컷은 보는 사람이 0.5초 안에 이해해야 한다. “아, 이건 이 구조를 말하는 거구나.” 이 반응이 나와야 한다.
좋은 프롬프트는 AI가 도망갈 길을 막는다
나쁜 프롬프트는 이렇다.
성공했는데도 계속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람의 피로감을 빈티지 펜화 스타일로 그려줘.
이 프롬프트는 너무 열려 있다. AI는 사람을 그릴 수도 있고, 창가를 그릴 수도 있고, 우울한 표정을 그릴 수도 있다.
좋은 프롬프트는 이렇게 닫혀 있어야 한다.
16:9 설명 슬라이드 이미지. 인물 없음. 얼굴 없음. 캐릭터 없음. 어두운 나무 책상 위에 오래된 종이 카드 한 장. 카드 안에 큰 한글 텍스트. '나 괜찮지?' '그 질문이 피로해진다'. 아래에는 작은 화살표 구조. 성공 -> 확인욕구 -> 피로감. 텍스트가 화면의 중심. 모바일에서 읽기 쉽게.
이렇게 쓰면 AI가 할 일이 명확해진다. 사람을 그리면 안 된다. 풍경으로 빠지면 안 된다. 감성 장면을 만들면 안 된다. 카드와 텍스트와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초보자가 기억해야 할 공식
첫째, 이 컷의 역할은 무엇인가. 감정인가, 설명인가, 증거인가, 움직임인가.
둘째, 화면의 주인공은 무엇인가. 인물인가, 손인가, 카드인가, 문구인가, 구조인가.
셋째, 절대 나오면 안 되는 것은 무엇인가. 인물 금지인지, 텍스트 금지인지, 감성 배경 금지인지 먼저 정해야 한다.
넷째, 한 컷에 하나만 시킨다. 한 컷에 감정도 넣고, 설명도 넣고, 구조도 넣고, 분위기도 넣으면 결과가 흐려진다.
다섯째, 짧은 나레이션은 단독으로 쓰지 않는다. “때가 있다.” 같은 문장을 그대로 프롬프트에 넣으면 AI는 의미를 잡지 못한다. 앞뒤 문장을 합쳐서 슬라이드 문구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
결론
AI는 사용자의 의도를 완벽하게 추측하지 않는다. AI는 프롬프트 안에서 가장 쉬운 길을 선택한다.
그래서 결과가 이상하게 나왔을 때는 “AI가 멍청한가?”가 아니라 “내 프롬프트가 도망갈 길을 열어줬나?”를 봐야 한다.
설명컷인데 인물이 나왔다면 설명컷이라고 충분히 잠그지 않은 것이다. 증거컷인데 감성 이미지가 나왔다면 증거 구조를 충분히 강제하지 않은 것이다. 이미지컷인데 텍스트가 나왔다면 텍스트 금지를 충분히 명시하지 않은 것이다.
AI 활용의 핵심은 명령을 길게 쓰는 것이 아니다.
역할을 정하고, 경계를 잠그고, 원하지 않는 결과를 막는 것이다.
AI는 열린 프롬프트에서는 도망간다. 닫힌 프롬프트에서는 일한다.